전절제자도 3개월 지속 진료·두 차례 검사 거쳐야 ‘장애진단’
“수술기록·집도의 소견으로 전절제 확인되면 면제·단축해야”
복지부, “전절제 여부·인슐린 분비기능 상실 등 확인 필요”

췌장장애의 ‘장애유형별 장애진단 시기’. ©보건복지부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올해 7월 등록 가능한 장애유형에 ‘췌장장애’가 신설되면서 췌장의 인슐린 생성·분비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돼 집중적인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사람 등이 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췌장 전체를 제거해 외부 인슐린 투여에 의존하는 환자에게도 장애진단 전 3개월간의 지속 진료와 반복 검사를 요구하는 현행 췌장장애 판정기준에 예외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체 췌장 절제술 시행 사실을 수술 기록과 집도의 소견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장애 상태의 회복 불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만큼 3개월 지속 진료요건을 면제하거나 반복 검사를 단축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보자 A씨의 어머니는 지난 6월 췌장암 진단을 받고 같은 달 4일 췌장 전체를 제거하는 췌장 전절제술을 받았다. 현재 췌장이 없는 상태로 스스로 인슐린을 분비할 수 없어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고 있다.
A씨는 췌장 전절제술을 받은 사람도 장애등록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의료기관에 장애진단서 발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내과 전문의가 췌장장애 등록기준을 담당 공무원에게 확인한 뒤, 전절제술을 받았더라도 3개월간 진료받은 이후에야 장애진단이 가능하다고 안내해 진단서를 발급받지 못했다.

'장애 진단은 언제 가능한가요?'에 대한 답변. ©국민연금공단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의 ‘췌장장애 신설 관련 Q&A’에 따르면 췌장장애는 원칙적으로 6개월 이상 적극적인 인슐린 치료를 받은 이후 진단할 수 있다.
다만 췌장 전체를 절제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6개월의 치료 기간이 지나기 전에도 장애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장애진단서를 발급하는 의사가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진료해야 한다.
또한 췌장암으로 전체 췌장 절제술을 받은 경우에도 수술기록지를 포함해 장애정도 심사용 진단서와 검사결과지, 최근 6개월간 진료 기록지 등 췌장장애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 특히 전체 췌장 절제술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장애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A씨는 “췌장이 남아 있거나 기능 회복 가능성이 있는 환자라면 일정 기간 경과를 관찰하고 검사 수치를 확인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3개월 뒤에 췌장이 다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췌장이 제거됐다는 해부학적 상태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췌장 전체가 이미 제거된 사람에게도 장애진단 전 3개월의 진료 기간이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췌장장애를 장애유형으로 인정하도록 제도를 확대한 것은 매우 고맙고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문제는 제도의 취지와 별개로 장애 상태가 이미 객관적으로 확정된 환자에게까지 3개월의 진료·관찰 기간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췌장암으로 췌장 전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암 치료와 수술만으로도 큰 부담을 겪는다”며 “췌장이 없어 인슐린을 생성·분비할 수 없는 사람에게 ‘췌장이 정말 기능하지 않는지 3개월 동안 확인하라’는 방식의 기준이 꼭 필요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Total pancreatectomy’(췌장 전절제술)을 받은 제보자 어머니의 수술기록지. ©제보자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담당자는 에이블뉴스와의 통화에서 췌장 전절제자는 일반적인 췌장장애 신청자에게 요구되는 6개월 집중 인슐린 치료기간의 예외를 인정받지만, 수술 후 3개월간 인슐린 치료를 받고 두 차례의 검사를 거쳐야 장애진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애등록 이후에는 상태가 변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재판정 대상에서도 제외한다.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담당자는 “수술기록만으로는 실제 췌장 전체가 절제됐는지와 인슐린 분비 기능이 장애기준 이하로 상실됐는지를 모두 확인하기 어렵다”며 “수술 후 3개월간 인슐린 치료를 받고 두 차례의 검사를 통해 장애 상태의 지속성과 검사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3개월 진료·검사 기간은 전절제 여부와 실제 인슐린 분비 기능 상실, 검사기준 충족 여부 및 장애 상태의 지속성을 함께 확인하기 위한 의학적·행정적 요건이다.
또한 의료진이 가능한 한 췌장 조직 일부를 보존하는 경우가 있어 환자나 보호자가 전절제로 알고 있더라도 실제로는 일부가 남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이에 수술 기록과 검사를 통해 실제 전절제 여부와 인슐린 분비 기능이 기준 이하로 상실됐는지, 해당 상태가 일정 기간 지속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씨는 “어머니는 지난 6월 수술을 받아 곧 장애진단이 가능해진다. 이 문제는 어머니 한 사람의 장애등록을 몇 달 앞당겨 달라는 민원이 아니다”며 “앞으로 췌장암이나 만성췌장염 등의 이유로 췌장 전절제술을 받는 환자들에게 똑같이 적용될 제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술 기록뿐 아니라 담당 외과의사의 소견을 통해 부분절제가 아닌 전절제라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자체 인슐린 분비 기능의 영구적 상실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이러한 경우에도 별도로 3개월간 장애 상태의 지속성과 검사 수치를 확인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처럼 췌장 전체를 절제한 사실이 명백한 경우에는 3개월 지속 진료요건을 면제하고 두 차례의 반복 검사도 한 차례로 단축하는 등 별도의 예외 기준을 마련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